친정엄마가 바느질해 주신 작은 모달 한 조각

두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반복되는 상처로 피부가 무척 예민해져 병원에서 연고를 처방받아 발라도 쉽게 낫지 않았어요.

부드럽다고 믿었던 면 브라조차 피부에 스칠 때마다 쓰라리고 아팠어요.

그 모습을 보신 친정어머니는 면 브라 안쪽에 부드러운 모달 원단을 잘라 수유패드처럼 덧대어 바느질해 주셨어요.

예민해진 피부에 닿아도 아프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모달의 촉감은 이전에 느겨보지 못한 편안함이었어요.

'이렇게 부드러운 모달 소재로 만든 브라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 처음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모달 소재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도 않았고, 제가 찾던 모달 브라도 없었어요.

친정어머니가 덧대어 주신 작은 모달 원단 한 조각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고, 훗날 도렌시아 모다레의 시작으로 이어졌어요.

"거울 속에는 엄마만 있고, 나는 없었어요"

잠깐 집 앞 놀이터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거나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서도 제 옷을 갈아입어야 했지만,

어린아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돌보다 보니 온전히 저를 위해 옷을 갈아입는 그 짤막한 시간을 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어요.

상황이 여의치 않은 날에는 옷을 갈아입는 일마저 포기하고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 서둘러 나서야 하는 날이 많았어요.

그렇게 밖으로 나온 날에는 스스로의 모습이 어쩐지 위축되고 부끄러워서 자꾸만 고개를 숙이게 되더라고요

아이가 겨우 잠든 사이에는 밀린 집안일을 서둘러 해야 했어요.

깨지 않게 조심하며 빠르게 움직이면 금세 땀이 났고, 긴소매는 덥고 반소매는 서늘했어요.

설거지나 청소를 할 때 소매가 자꾸 흘러내리는 것도 불편하더군요.

'필요할 때 쉽게 걷어 올릴 수 있고, 걷어 올린 뒤에는 흘러내리지 않는 소매였으면 좋겠다.' 늘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예쁜 옷보다 편한 옷만 찾게 되었답니다.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는데 울컥 했어요. 거울 속에는 엄마인 제 모습만 있었고,
예쁜 옷을 좋아하고 꾸미기를 즐기던 예전의 제 모습은 보이지 않았거든요.

엄마로 살아가는 동안 편안함은 꼭 필요했지만 그렇다고 초라해 보이고 싶지는 않았어요.

집에서 편하게 입다가 그대로 놀이터에 나갈 수 있는 옷,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는 옷

다시 갈아입지 않아도 집 안의 시간과 바깥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옷이 필요했어요.

아이들이 자란 뒤 마주한, 또 다른 고민들

아이들이 자란 뒤에는 또 다른 고민이 생기더군요.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에는 집에서 답답한 브라를 벗어던지고 온종일 편하게 지냈지만,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고 성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집에서의 옷차림이 문득 신경 쓰이기 시작했답니다.

답답한 브라를 다시 착용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은 채 아이들과 생활하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더군요.

집에 머무는 엄마이지만 아이들에게 단정하고 조금은 예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여름에는 가슴의 윤곽만 가려주는 옷도 괜찮았지만, 날씨가 선선해지면 몸을 충분히 감싸주지 못하는 휑하고 서늘한 느낌이 불편했어요.

조이지 않으면서도 가슴을 편안하게 감싸주는 브라가 필요했어요.

중년의 나이,
이제는 몸을 억압하지 않는
해방감이 필요할 때

이제 중년이 된 저는 몸의 압박과 무게에 예전보다 훨씬 민감해졌어요.

속옷이 답답하면 소화가 불편하고,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며, 하루가 더 쉽게 피곤해져요.

무거운 가방보다 가벼운 천 가방을 찾게 되는 것처럼, 하루 종일 어깨와 몸을 누르는 속옷도 점점 부담스럽게 느껴져요.

집에 돌아와 속옷을 벗는 순간 느껴지는 시원함과 해방감은 그동안 몸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해줘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받쳐주지 않는 휑한 느낌을 원하는 것은 아니에요.

  • 답답하게 조이지 않으면서도 몸을 부드럽게 감싸주었으면 좋겠어요.
  • 몸의 열감과 서늘함이 반복되는 시기에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편안하면서도 단정함을 잃지 않고 싶어요.

도렌시아의 옷과 이너웨어는 그렇게 여성으로 살아오며 직접 겪었던 불편함과,
삶의 각 시기마다 제게 가장 필요했던 옷에서 시작되었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브라부터 벗어던져야 했던 여러분에게 묻고 싶어요.

이제는 입고 있는 것조차 잊어버릴 만큼 편안한 해방감을 내 몸에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요?